자유게시판

새내기 변호사 십계명

우국지사 2015. 2. 27. 10:46

새새내기 변호사에 주는 현직판사·베테랑 변호사의 가이던스

"주장은 간결하고 명확히… 실수 많은 서면은 감점요인"
판례에 배치되는 주장은 함부로 해서는 안돼
특별한 상황 제외하고는 추가 신문 자제해야
말투·행동 학생처럼 보이면 신뢰 받기 힘들어
상대 변호사 말 끊거나 무시하는 발언은 금물

법률신문  :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한 변호사가 2만명이 넘어서면서 적극적이고 참신한 새내기 변호사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기발한 변론기법으로 재판부를 놀라게 하는 변호사도 있다. 그러나 다듬어지지 않은 표현이나 행동이 아쉽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경험 부족이 문제라는 뜻이다. 법률신문은 재능과 열정을 갖춘 새내기 변호사들이 탄탄하게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판사들과 재야 법조계의 베테랑 변호사들이 주는 가이든스(guidance) 열 가지를 정리해 싣는다.

1. "유능한 변호사는 서면부터 완벽하다."
-베테랑 변호사들은 정돈된 양식은 물론이고 글자체까지 법원 판결문과 같은 것을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법원 판결문 본문엔 판결서체 12포인트를 사용한다. 제목은 휴먼고딕 15포인트, 목차는 휴먼고딕 13포인트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중견 판사는 "수많은 서면을 검토하다보면 서체까지도 서로 비교가 된다"고 말했다. 실수가 가득한 서면도 감점요인이다. 당사자에 회사 이름만 적어놓고 대표 이름을 빼먹거나 눈에 띄는 오타를 고치지 않는 경우는 치명적이다.

2. "'포인트'를 빠뜨리지 마세요."
-주장하는 바가 명확하지 않으면 좋은 평가도 없다. 법률 쟁점을 잘 파악하지 못해 엉뚱한 조문을 근거로 제시하거나 주장할 수 있는 권리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는 실수도 적지 않다. 지방의 한 판사는 "직무집행정지만 청구하면 될 사건을 '출근하지 말 것' '책상쓰지 말 것' 등으로 줄줄이 나누는 변호사도 있다"며 "간결하지 못하고 두서없는 주장은 반갑지 않다"고 말했다.

3. "하소연, 비난은 하지 마세요."
-자기 의뢰인의 억울함과 상대방에 대한 원망만 늘어놓으면서 재판부가 알아서 사건을 해결해주길 기대하는 변호사들이 있다. 재판부 입장에서는 서면을 읽을 때부터 골치가 아파온다. 서울 지역 법원의 한 판사는 "서면에 법률적 주장은 없고 무작정 '상대방이 못됐으니 혼내달라'는 이야기로 가득한 사건들이 종종 있다"며 "법정에 와서야 법률적인 쟁점을 하나씩 찾아가기 시작한다면 재판이 한없이 늘어진다"고 지적했다.

4. "확립된 판례는 가능하면 존중하고 사소한 데 힘쓰지 마세요."
-베테랑 변호사들은 이미 확립된 판례에 배치되는 주장은 함부로 하지 않는다. 기각될 확률이 높은데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승패에 큰 영향이 없는 사소한 부분까지 지나치게 따지는 변호사도 눈총을 받는다. 한 부장판사는 "상대방이 제시한 증거라면 등기부등본같은 공문서까지 믿을 수 없다고 고집을 부리는 변호사가 있는데 결국 재판을 지연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꼬집었다.

5. "재판부와 배심원은 간략한 신문을 선호합니다."
-일방적인 주장을 반복적으로 늘어놓거나 쟁점과 관계없는 질문을 갑자기 던지는 변호사는 기피대상이다. 한 합의부의 배석판사는 "즉흥신문이 영화에서처럼 완벽하기는 쉽지 않다"며 "상대방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정말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추가 신문을 자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6. "부디 '다나까' 말투를 사용하세요."
-'~요'가 자주 등장하는 말투는 승패에는 큰 영향을 주진 않는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미숙해 보일 수 있다. 어수룩해 보이거나 애교를 부리는 말투도 좋지 않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의 한 재판장은 "변호사의 말투나 행동이 학생처럼 보이면 신뢰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7. "싸움 잘한다고 유능한 변호사 아닙니다."
-법정에서 상대방 변호사의 말을 끊거나 무시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금물이다. 경남 지역의 한 중견 판사는 "새내기 변호사 중에는 호전적인 변호사들이 많다"며 "나이가 훨씬 많은 상대방 변호사가 말하는 동안 코웃음을 치는 바람에 싸움이 일어날 뻔 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8. "'대표님과 상의'는 이제 그만…스스로 결정하세요."
-법정에서 발생하는 돌발 상황에도 완벽하게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자리만 지키는 변호사는 눈총을 받는다. 한 중견 변호사는 "재판부가 지속적으로 조정을 권했는데도 상대방 새내기 변호사가 '대표변호사와 상의해야 한다'며 의견을 내놓지 않아 무산된 적이 있다"며 "다음 기일을 잡는 것조차도 회사에 들어가 상의해봐야 한다고 대답하는 것을 보고 실망했다"고 말했다.

9. "재판부의 조언은 놓치지 마세요."
-베테랑 변호사들은 재판부의 조언을 팁(Tip)으로 활용한다. 변호사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쟁점이나 형식의 미비점에 대해서는 반드시 질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내기 변호사들 일부는 재판부가 의뢰인 앞에서 면박을 준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부의 한 판사는 "재판부의 질문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며 "최적의 결론을 찾기 위해 법정에 모인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10. "인맥 자랑은 오히려 악영향"
-판사들은 변호사들의 인맥자랑이 재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한 부장판사는 "변호사가 재판부와 인연을 은근히 드러낼 때 공정성을 의심받는 것 같아서 오히려 더 불쾌하다"고 꼬집었다.

새내기 변호사 십계명

1. "유능한 변호사는 서면부터 완벽하다."
-잔실수가 없고 눈에 익은 양식을 사용한 서면이 호평을 받는다.

2. "'포인트'를 빠뜨리지 마세요."
-판사는 만능해결사가 아니다. 유리한 결론을 알아서 찾아주길 기대하지 말자.

3. "하소연, 비난은 하지 마세요."
-상대방 주장이 잘못됐다고 판사에게 조르지 말고 법률적 쟁점으로 다툴 수 있어야 한다.

4. "확립된 판례는 가능하면 존중하고 사소한 데 힘쓰지 마세요."
-베테랑 변호사는 확립된 이후 오랫동안 유지돼 온 판례와 배치되는 주장을 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5. "재판부와 배심원은 간략한 신문을 선호합니다."
-모두 절차와 최후변론에서 중언부언하면 방청객도 지겨워한다.

6. "부디 '다나까' 말투를 사용하세요."
-법정에서는 어려보여서 좋을 게 없다.

7. "싸움 잘한다고 유능한 변호사 아닙니다."
-쓸데없는 감정 싸움은 재판을 늘어지게 만들고 재판부에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

8. "'대표님과 상의'는 이제 그만, 스스로 결정하세요."
-직접 판단하고 결론을 내려야 사건에서도 유리하고 본인도 성장한다.

9. "재판부의 조언은 놓치지 마세요."
-재판장에게 지적 받는다고 생각하고 기분 나빠하면 손해다.

10. "인맥 자랑은 오히려 악영향"
-판사는 공정성 논란에 가장 민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