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간절함이여, 간절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
우국지사
2015. 2. 2. 12:55
[횡설수설/최영훈]송해를 품은 조준희의 108배
2015-02-02 03:00:00 수정 2015-02-02 06:39:44
동아일보 입력 
취임사는 꿈으로 쓰고, 퇴임사는 발자취로 쓴다. 그래서 퇴임사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 떠난 사람이 이룬 것과 남긴 것에 대한 평가는 이미 나 있다.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은 2013년 말 퇴임 때 재직 중 사고나 질병으로 숨진 행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명복을 빌었다. 2010년 말 취임사를 할 때도 그랬다. 최초의 내부 공채 출신 은행장으로서 사람을 아끼는 면모를 시종일관 잃지 않았다.
▷그는 인사에 일가견이 있었다. 말단 행원 시절 인사부에 근무하면서 ‘원샷 인사’를 구상했다. 지금도 정부 부처나 민간기업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인사를 몇 차례 나눠서 한다. 인사 때면 길게는 한 달 가깝게 직원들의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 미리 준비를 완벽하게 해놓으면 이런 폐단을 없앨 수 있다. 이런 꿈을 은행장이 되기 30년 전에 가졌다. 그리고 실행했다. 남들이 고칠 수 없다고 했던 관행을 혁파했다.▷그는 취임사에서 기업은행의 태종 이방원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조선 왕조의 기틀을 세종이 다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버지 태종이 있었다. 기업은행을 100년, 200년 이어지는 ‘위대한 은행’으로 만들 사람이 나와 뜻을 펼 수 있도록 인사 청탁 등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것이었다. 그가 최근 펴낸 ‘송해를 품다’라는 책의 화두는 ‘간절함’이다. 간절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것을 그는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최 영 훈 논설위원 tao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