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언론보도)

법학교육 공동화 현상의 치유방안

우국지사 2015. 7. 6. 13:51

법조광장

법학교육 공동화 현상의 치유방안

-패러리걸 교육으로 법학도를 구제하자-


우리나라는 갈수록 법률시장의 외연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주로 변호사의 수가 증가하는데 기인한다. 이에 따라 변호사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법학교육을 받은 법률가를 지원하는 법률사무소 종사자(패러리걸-paralegal)들도 함께 증가해야 하는데 사실상 이들의 체계적인 교육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채용과 업무수행도 주먹구구식 그리고 도제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법학교육을 살펴보면 법학전문대학원과 학부에서의 법학교육이 똑같은 내용으로 공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양자의 실상과 문제점은 굳이 여기서 논하지 않겠다. 다만, 법학전문대학원이 존속한다면 학부 수준의 법학교육은 사실상 그 고유목적이 수정되어야 할 상황인데도 만연히 구태의연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필자는 이제 학부에서의 법학교육이 달라져야 한다고 믿는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공무원시험에 매달리는 현실도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단시간에 확장된 법률시장에 양질의 법학교육을 받은 인력들이 패러리걸로 공급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양질의 법학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그 대안으로 외국의 패러리걸 교육제도를 도입할 것을 주장한다. 우리나라 학부 수준에서의 법학교육의 방향성을 재정립하여 법률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인재양성을 위한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구성된 법률실무 교육을 하자는 것이다. 프랑스 법과대학에서는 포도주 생산과 판매에 관련된 실무도 가르치고, 계약에서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기 위한 협상론도 강의하며, 적십자와 구세군과 같은 조직이 기부금을 모아 효과적으로 돈을 전달하는 방안도 다름 아닌 법과대학 강의실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향후 설령 사법시험이 존치된다 하더라도 모든 법과대학의 학생들이 사법시험에 합격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그 동안의 구태를 벗고 법학교육의 패러다임을 실무중심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패러리걸이라는 용어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자격을 갖춘 법률가들의 법률사무를 돕기 위한 사람으로서 법률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자를 일컫는다. 이들은 법률가는 아니지만 법무법인 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정부기관, 기타 사회단체 등에서 법률사무에 종사하는 자들이다. 패러리걸들의 업무는 이처럼 비법률가들의 법률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것도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실상 그들의 활동범위는 생각보다 훨씬 넓다. 아무튼 패러리걸들은 법률가들의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에서 그 직업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들은 반드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본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결국 그들이 제공하는 업무가 무엇이든 간에 패러리걸의 직업상의 역할과 관련한 국제적인 수준의 일관성 있는 법적 지위나 고용조건, 교육훈련, 규제와 감독이 필요하다. 그러나 각국의 사법관할권은 패러리걸과 관련된 독특한 현상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이 제도는 자국의 사법시스템의 사정에 맞게 개별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우선 법과대학에서 패러리걸을 위한 다양성이 확보된 공통 인증 교육과정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일적인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인증시험을 거쳐 국가(법무부 혹은 이를 위임받은 법조협회 등)로부터 교육이수에 대한 인증을 받은 후 패러리걸들은 반드시 공적장부에 등록(registered)을 하고 증명서(certificated)를 받아 법무법인 등에 취업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어 법학도들의 취업이 늘게 되고 안정된 일자리 공급이 확대될 것이며 법과대학의 교육도 정상화 될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교육과정이나 시험 그리고 등록을 하거나 공인을 받는 것이 법조직역의 자발적인 것이어서 대부분의 국가에서 일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절차를 통하여 패러리걸들의 고용과 직업인으로서의 자격요건이 더 강화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추세이다. 결국 패러리걸들이 법조직역의 직업인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과 존재감이 드러나게 되고 또 이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특정한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철저한 교육이 이루어지게 됨으로서 산학이 함께 발전하게 될 것이다.

한편, 경제적 측면에서의 패러리걸 시장은 어떤가? 미국의 예를 들어보면 현재 27만7000명의 패러리걸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노동부 통계는 보고하고 있다. 자격을 갖춘 변호사가 수행할 수 있는 행위들과는 달리 패러리걸들은 실질적으로 변호사들과는 다른 업무를 수행한다. 즉, 법률상의 필요한 조사, 일반 법률문서의 작성, 사실에 관한 조사, 증거서류의 준비, 그리고 하루하루 발생하게 되는 사건관리 업무, 법무법인의 회계처리 등이다. 물론 변호사의 지시와 감독 및 그 책임 하에 사건관련 법률문서를 작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자신의 업무가 실질적이고 절차적인 측면에서 너무 복잡해서 패러리걸과 같은 조력자가 없으면 사건을 처리하기가 곤란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에는 어떤 변호사들도 패러리걸들의 역무제공이 불필요하다는 주장에 결코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심지어 이제는 컴퓨터, 의학, 회계학, 공학, 생물학 등의 지식을 갖춘 패러리걸의 도움을 받아야 변호사들은 보다 더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법과대학에서 이론법학에 치우친 전통적인 방식의 교육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 다양한 학제 간 강의가 이루어져야 하고 커리큘럼도 실무처리 능력을 확실히 제고하는 방향으로 짜여야 한다. 교육을 마친 후 인증시험도 이론은 가급적 배제한 다양한 실무과목이 테스트 되어야 할 것이다. 30년 전과 똑같은 교수가 똑같은 내용의 책으로, 똑같은 학생을, 똑같은 방식으로 가르치는 틀은 깨져야 한다.

출처 : 법률신문(입력 :